200721 에브리타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차별금지협약 체결 촉구 기자회견 <우리를 삭제하는 대학 내 500가지 혐오표현을 고발합니다> 보고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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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삭제하는 대학 내 500가지 혀모표현을 고발합니다> 현수막 주변으로 13명의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서 있는 전경이다.무더웠던 오늘, 유니브페미는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대학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 500개를 방심위에 신고했음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방심위의 혐오표현 심의 기준 공개 및 에브리타임과 방심위 간의 차별금지협약 체결을 촉구했는데요.


기자회견 현수막 뒤로 세 명의 발언자가 클로즈업되어 있다. 그 중 가운데 발언자가 한 손에는 '에타와 방심위는 차별금지협약 체결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마이크를 쥔 채 발언을 하고 있다.

발언자로 함께해주신 유니브페미 F5 프로젝트 법률팀의 승연 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책팀의 예정 님, 여대페미니스트네트워크의 강리 님, 청년참여연대의 조희원 님께 감사드립니다. 


에브리타임 내 각종 혐오발언이 여러 개의 말풍선에 섞여 들어가 있는 대형 정사각형  모양의 천을 두 사람이 양 끝에서 잡고 있고, 앞의 한 참가자가 천에 적색 스프레이로 'F5'라는 글자를 쓰고 있다. 혐오발언들 중 중앙에는 '페미들 진짜 선모르고 계속 깝치는 게'라는 내용이 가장 크게 뽑혀 있고 그 주변으로 장애인, 비정규직, 중국인,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들이 나열되어 있다.


마지막 순서로는 모니터링팀에서 수집한 실제 혐오발언 사례들이 적힌 천 위에 새로고친다는 의미로 'F5'라고 새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오늘 고발한 것은 단지 500개의 혐오표현이 아니라, 삭제된 500명의 존재였음을 기억하며,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폭력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이어가겠습니다. 아래에 오늘 낭독했던 기자회견문을 공유드립니다.


[기자회견문]

<우리를 삭제하는 대학 내 500가지 혐오표현을 고발합니다>


지난 4월 7일 유니브페미는 전국 약 400개 대학의 446만 대학생이 사용하는 국내 최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측에 N번방 2차가해·여성혐오성 게시물에 대한 제대로 된 신고 및 삭제 시스템과 윤리규정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하지만 에브리타임은 81개 단체·751명이 서명한 윤리규정 마련 요구안을 받고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니브페미는 4월부터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내 혐오표현 대응을 위한 ‘F5(새로고침) 프로젝트’를 구성하여 약 세 달 간 20여개 대학의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을 수집했다. 그 중 삭제되지 않은 550개의 혐오성 게시물 중 거의 절반에 달하는 47%의 게시물에 페미니스트에 대한 낙인과 비방, 여성혐오가 포함되었다. 특히 N번방 등 온라인 집단성착취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성 글이 올라오거나,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는 글에 페미니스트를 조롱하는 댓글이 달렸으며, '정의기억연대'의 회계에 대한 문제제기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고발된 후에는 "여성단체가 이럴 때만 가만히 있다"라며 갑작스럽게 호명되는 일이 많았다. 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하여 외국인이나 이주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 두드러지기도 했으며, 학벌주의, 지역차별, 장애인 혐오, 청소년 혐오의 경우에는 시기를 가리지 않고 빈발했다.


역사적이고 집단적인 차별이자 적대성의 표출인 혐오표현은 그 자체로 실제적인 해악을 미친다. 특히 학교 인증을 해야 가입하고 이용할 수 있는 에브리타임의 특성 상 커뮤니티 내에서의 혐오표현이 현실의 일상공간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표적이 된 당사자에게 심각한 상처와 위축감을 남긴다. 그럼에도 신고 누적을 통한 단순삭제 시스템과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권리침해신고센터의 운영은 혐오표현을 예방하거나 해결하지 못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될 경우 해당 공간으로부터 혐오표현 피해자가 떠나게 되는, 실질적 배제가 이루어진다. 결국 에브리타임을 떠나간 학생들은 학내에서 가장 큰 공론장에 참여할 권리를 잃고, 에브리타임을 공식 채널로 사용하는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의 정보로부터도 단절된다.


이와 같은 혐오표현들은 특정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적 고발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도 불가능했다. 플랫폼의 차별 방지 책임에 관한 법이나 혐오표현에 대한 근거법, 또는 국가 차원의 기준 마련에 대한 노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혐오표현을 사용한 게시물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도 신고가 가능한 기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학 내 500가지 혐오표현을 신고했다.


2018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의 회의록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나이, 인종, 민족, 국가, 계층, 종교, 직업, 학력, 소수자 등 혐오표현에 대해 광범위하게 심의 및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근거와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남성혐오와 여성혐오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등 자의적으로 규제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심의 방식에 있어서도 일관된 기준이 부재하니 집중적인 심리와 검토 없이 심의가 진행되곤 했다. 집단이기만 하면 사회구조적 차별의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대한 법적 조치 이전의 행정조치로서만 기능하기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심의에 따른 대응이 ‘삭제’뿐이라는 점도 방어적이고 사후 처방에 불과한 조치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누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규제할 것인지, 그 목적과 존재의의를 증명해야 한다.


우리는 첫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에브리타임과 차별금지협약을 체결하고, 둘째, 혐오표현의 해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심의 기준을 마련해나갈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셋째, 고발과 처벌을 넘어, 물리적인 폭력뿐 아니라 언어적인 차별과 폭력에 대해서도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가기를 제안한다. 온라인에서의 혐오표현이 멈추지 않는 사회에서는 악플을 통한 사이버불링과 대학 단톡방 성희롱, 그리고 디지털 성착취 역시 근절될 수 없다. 우리의 존재는 삭제될 수 없으며, 우리는 혐오표현으로부터 자유로운 평등한 공론장을 원한다. 우리가 오늘 고발한 것은 단지 500개의 혐오표현이 아니라, 삭제된 500명의 존재이다.


에타와 방심위는 차별금지협약 체결하라

방심위는 혐오표현 심의기준 공개하라

우리는 고발과 처벌을 넘어 평등한 공론장을 원한다


2020년 7월 21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