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디지털성범죄 1번지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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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1번지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아동 디지털성범죄 다크웹 사이트 국제공조 수사결과에 부쳐―


지난 16일, 한국·미국·영국 국제공조 수사결과 다크웹(darkweb)을 통해 비트코인으로 세계 최대 아동 디지털성범죄물 구매가 이루어지는 폐쇄형 비밀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 W2V)’의 운영자 및 이용자들이 대거 체포·적발되었다. 미 법원에 따르면 4,000여 명의 유료회원을 보유한 이 사이트에는 25만 건의 아동 디지털성범죄물이 업로드되었고, 전 세계에 수백만 회 다운로드되었다. 현재까지 23명의 피해자가 미국과 스페인, 영국에서 구조되었고 미국 아동학대 및 실종국립센터(NCMEC)에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이트의 운영자는 2018년 5월 한국에서 ‘아동·음란물 판매 등’ 혐의로 구속된 뒤 1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23세 손모 씨였다. 적발된 12개국 337명 중 223명에 달하는, 가장 많은 이용자도 한국의 20대 남성들이었다. 그간 국내 ‘음란물’ 유포, 저작권법 위반 등과 관련해 경험을 공유하는 회원 수 14만 명의 한 온라인 카페에는 “큰 걱정할 것 없다”, “벌금형에 그칠 것이다”라는 댓글이 달렸고, 믿기 힘든 예언들은 현실이 되어왔다. 실제로 미국은 1회 다운로드한 이용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으며 범죄자의 이름과 주거지, 사진 등을 언론에 공개했지만, 한국은 지난 1월 968회 다운로드한 이용자에게 30만 원 벌금형을 내렸다.


약 100만 회원을 보유했던 국내 최대 디지털성범죄 사이트 ‘소라넷’은 폐쇄되기까지 17년이 걸렸다. 한국 경찰은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라고 일관했지만, 분노에 찬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결집하여 목소리를 내자 16년 만에 네덜란드와 공조수사를 진행했고 단 몇 개월 만에 사이트를 폐쇄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에 서버를 둔 세계 최대 아동 디지털성범죄 사이트가 적발되었고 운영자도 한국인, 최다 이용자도 한국인임이 전 세계에 드러났는데, 디지털성범죄 1번지인 한국만 조용하다. 국제 공조수사를 통해 몇 명을 검거했다는 성과를 알리는 기사나 미국에서 손모 씨를 인도할 수도 있어 국내 이용자들이 벌벌 떨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만이 나온다.


사건이 알려지자 서울의 한 대학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매춘보다 아동 포르노가 더 나쁜 건데”, “그냥 야동 사이트가 아니라 유아 아동 대상 음란물 사이트였어”, “왜 정상 남자들이 반성을 함 그 새끼들만 까면 되는 거임”과 같은 게시물과 댓글이 올라왔다. 학대나 착취에 대한 구체적이고 강력한 처벌 규정 없이 그저 ‘아동·청소년’과 ‘성보호’를 나란히 쓰는 데 급급한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223명만을 괴물로 만들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다시 보호주의의 틀 안에 가둔다. 하지만 범인은 불법촬영을 ‘몰래 카메라’, '음란물' 등으로 가볍게 소비하며 ‘덮어주기식’으로 가해를 무마해온 한국의 강간문화이고, 또 다른 괴물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디지털성범죄 사건에도 묵묵부답하며 피해를 줄이는 데 관심이 없는 한국 정부와 국회다. 정부는 피해자 구조와 지원에 힘쓰는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한 가해자를 처벌하고, 강간문화를 해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 디지털성범죄 1번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10월 22일

유니브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