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0.16%, 교육부의 의지 -인하대학교 총학생회 후보 사이버스토킹 사건과 2020년 교육부 예산-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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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교육부의 의지

―인하대학교 총학생회 후보 사이버스토킹 사건과 2020년 교육부 예산―


11월 11일, 인하대학교 학보사 <인하프레스>를 통해 이번 총학생회장 후보자 P씨의 사이버스토킹 사실이 확인되었다. 피해자에 따르면 당시 교내 상담센터에서는 제대로 된 상담이나 징계 절차 대신 “좋은 경험했다 쳐라”라며 2차피해를 발생시켰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던 P씨는 논란이 불거지자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혐의를 인정했다. 결국 함께 출마했던 부총학생회장 후보자가 먼저 사퇴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등록 무효 공고를 냈고, 같은 날 P씨는 게시물을 하나 더 올리면서 피해자가 페미니스트이고 사상적으로 자신과 맞지 않아 괴롭혔다고 밝혀 공분을 샀다. 이틀 뒤 학교는 당시 상담기록이 분실되었으며 기록이 없어 피해자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했다가, 하루가 더 지나자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하대학교 학생상담센터에 처음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젠더 감수성을 가진 전문상담원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옹호했더라면, 학내 페미니스트의 안전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그리고 센터가 사이버스토킹에 대한 징계조치를 취할 수 있는 독립성과 구속력을 가졌더라면 반성 없는 사이버성폭력 가해자가 총학생회장 후보로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상담기록을 제대로 남겼더라면 가해자가 또다시 2차피해를 발생시키는 일을 학생상담센터가 방조하고 이에 가담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비단 인하대학교만의 문제는 아닌데, 2018년 수많은 대학에서 미투운동이 일고 인권센터가 확대 재·개편 되었지만 명패만 바꿔 달았을 뿐 열악한 조건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2018년 대학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 담당 인력 현황은 일반대학 평균 0.93명으로 채 한 명이 안 된다. 현재 인권센터 운영위원회나 대책위원회, 또는 심의위원회에 학생 참여가 명시된 규정이나 차별금지 조항을 포함한 규정을 가진 학교는 소수이다. 독립된 예산을 편성받는 상담소는커녕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대학도 있고, 심지어 반성폭력 학칙조차 없거나 재학생 대상 반성폭력 필수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성폭력 학칙이나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전문 상담원, 성폭력 예방교육 등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해서 곧바로 성평등한 대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해자도 불편함 없이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는 대학은 명백하게 차별과 불평등의 공간이다. 교육부는 2018년 정책보고서에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고충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서 교내 성희롱고충상담 및 처리기구의 원활한 운영이 중요한데, 담당자 업무겸임, 낮은 급여수준, 권한부족, 관련 정보와 지식의 부족, 상담기관 재정부족, 대학 내 영향력 부족이 주요 문제”임을 기술했고, 지난 9월 발표된 2020년 교육부 예산안 중에는 대학 내 여학생과 여성 교원 인원을 조사하는 ‘국립대학 양성평등 조치계획’ 외에도 처음으로 ‘대학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지원체계 구축’이 편성되었다. 단, 교육부 전체 예산의 0.16%였다. 실태와 문제를 다 알고 있지만, 0.16%만큼의 ‘양성평등’과 ‘폭력예방’만으로 해결해보겠다는 교육부의 포부에 성평등 대학의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이에 우리는 인하대학교 당국과 교육부에 다음을 요구한다.


하나, 인하대학교는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전후 피해자가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라.
하나, 인하대학교는 상담매뉴얼 제작을 넘어 상담센터 전면 확대 재·개편하라.
하나, 교육부는 구체적인 인권센터 개선책을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증액하라.
하나, 교육부는 대학평가에 성평등지수를 포함시키고 성평등한 대학을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구축하고 이행하라.


2019년 11월 18일
유니브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