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등록금 반환을 넘어, 대학은 금고를 열라 - 우리의 선택적 분노를 돌아보며 -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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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환을 넘어, 대학은 금고를 열라

- 우리의 선택적 분노를 돌아보며 -


2020년 1학기가 전면 비대면 강의로 전환되면서 등록금 반환 요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생 개인과 단체, 법조인, 정당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행동에 나섰다. 그런데 종강을 앞두고 있는 오늘까지도 2학기 등록금 감면을 선언한 건국대학교와 전교생에게 20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한성대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답이 요원하다. 성균관대학교는 일찍이 3월부터 등록금 부분 환불 의무가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급하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다며 특별장학금을 시행했지만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었다. 이처럼 교육부와 국회, 대학 당국이 재정건전성을 명목으로 계속해서 서로 책임을 미루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학교 시설 미사용이나 장비문제, 주거문제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보상은 더 늦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학습권 침해가 코로나가 불러일으킨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면 강의에서도 비대면 강의에서도 언제나 후순위로 고려되는 장애학생의 낮은 수업 접근성과 교수의 혐오발언 및 성차별적 수업 콘텐츠,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최상위 수준의 비싼 등록금이야말로 오래된 학습권 침해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학금은 성적과 연계되어 있는데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늘리면 성적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휴학을 하고 일을 하려고 해도 월세 감당조차 쉽지 않다. 학내 장애학생의 이동권이나 학습권은 언제나 쟁취해내야 하는 몫이었고, 교수의 성폭력 사건이나 혐오발언에 제대로 대응하는 학생회나 학교는 소수였다. 이미 지적되었듯 문제는 새롭게 발생했다기보다 이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인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수많은 수험생·취업준비생들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우리가 취업하기 힘든 원인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공한 것이 아님에도 분노는 아래로 향한 것이다. 기업과 국가가 어려운 재정을 핑계 삼아 만든 취업난 속에서 사람들은 불행마저 경쟁에 부쳤고, 모든 책임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돌아갔다. 우리의 삶을 비참하게 만든 구조는 희미해져 분노의 방향을 뒤바꾸어버렸다. 어쩌면 이것이 코로나라는 보편적이고도 특수한 상황을 빌려서야 국가와 학교에게 우리의 빼앗긴 권리를 따져물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객이나 소비자를 넘어 이 사회와 학교의 구성원이기에, 돈이나 임금노동을 지불하지 않고도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공시 포털인 ‘대학알리미’에 연도별로 국내 대학의 예·결산이 공개되지만 우리의 등록금이 어디로 가는지는 왜 설명되지 않을까. 학교 재정이 어려워 등록금 환불은 안 된다면서 학교마다 몇 천 억씩 쌓여있는 적립금은 왜 사용하지 않을까. 기업들은 왜 ‘비정규직’을 만들어 사람을 건전지처럼 필요에 따라 갈아 끼우고 차별하며, 이 사회는 왜 우리에게 선택적 분노를 강요할까. 축적된 부는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코로나 이전과 같이 앞으로도 이렇게 질문하고 요구해야 한다. 불가능한 공정성의 신화를 넘어, 서로의 행복을 위해 함께 싸우고 기꺼이 축하해주는 것이 가능한 삶을 모두에게 보장하라고. 등록금 반환을 넘어, 대학은 금고를 열라.


2020년 6월 25일

유니브페미